말레이시아, 외국인 고용규제 갑자기 확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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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8 09:32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외국인 고용 규제를 돌연 연기했다. 자국민 우선 고용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외국인 고용 규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시행일자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17일 더에지마켓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는 외국인 고용 규제를 개선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다툭 스리 사라바난 인적자원부 장관은 "많은 기업이 취업비자 카테고리1(월 급여 약 300만원 이상), 전문직, 재고용직 등 일부 직무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며 "효율적인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행일자를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외국인 고용 규제는 자국민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외국인 채용을 위해 새로운 취업비자를 신청하려는 기업들은 취업 포털을 통해 최소 30일간 구인 활동을 해야 하고, 이 같은 노력에도 내국인을 채용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 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신고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말레이시아인의 실업이 급증하자 이 같은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말레이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말레이시아인 실업률은 4.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사라바난 장관은 "고용시장은 얼어붙었는데 올해 30만여명의 졸업생이 구직 활동에 나선다"며 "말레이시아인들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유리하다"며 내국인 고용을 장려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규제 시행에 앞서 시스템 정비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 중인 외국인 고용 규제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며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채용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마냥 구직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입사를 제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파견직, 간부급 등 주재원 업무는 이에 상응하는 특별한 기술 등이 요구되는 만큼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말레이시아제조업연합회(FMM)는 "일부 주재원 업무는 내국인이 대체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채용 규제에 불만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외국 인력 채용을 규제할 경우 외국인직접투자(FDI) 감소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말레이시아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이웃 국가가 FDI 유치를 위해 규제를 푸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만 규제를 강화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