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으면 신용 10등급도 月 1250원에 50만원 가불 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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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11:45
급전이 필요하지만 시중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은 고사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조차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제로금리 시대에서도 돈을 빌리려면 연 20%대 이자도 못내 사채나 소위 ‘깡’(물건을 팔아 받은 어음 등을 할인된 가격에 넘기는 것)을 써야하는 저신용자들도 수백만에 이른다.
페이워치는 계약직·시간제 근로자 등이 월급을 선지급 받을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기반으로 근로자의 출퇴근 여부를 기록하고, 근무한 시간을 마일리지로 쌓는다. 일정 마일리지가 쌓이면 이를 근거로 앞으로 받을 월급 중 일부를 미리 빌려 쓸 수 있다. 월급날 기업이 에스크로(안심결제) 계좌를 통해 월급을 지급하면 페이워치는 선지급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근로자의 월급 통장에 입금한다. 하나은행, 애큐온저축은행과 함께 시스템을 개발했고, 오는 16일부터 금융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최천욱(55), 김휘준(52) 엠마우스 공동대표는 "페이워치는 누구든 일만 하면 저리로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SK와 CJ등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나와 식당 20개가량을 운영하는 등 산전수전을 겪었다. 그는 직원들이 "대표님"하고 찾아올 때면 ‘월급좀 땡겨쓸 수 없겠냐고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씨티은행과 HSBC 등에서 근무했고 저신용자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0년 넘게 알던 최 대표와 2018년에 의기투합했다.
페이워치는 등록된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선지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리는 연 6%대로 현재 월 최고 한도인 50만원(일 최고 10만원)을 빌리면 한달 이자로 1250원만 내면 된다. 최 대표는 "다음달 받을 월급을 담보로 빌려주는 돈이기에 실제로 1개월 이상 이자를 낼 일도 많지 않다"고 했다.
정부나 금융사들이 이런 미소금융(微小金融·마이크로크레딧)을 확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변제 의지와 능력을 보는 금융시스템 특성상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엠마우스는 GPS와 마일리지 시스템으로 사각지대를 줄였다. 최 대표는 "GPS를 통해 출퇴근 기록을 확인하고, 마일리지를 쌓아야만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했다. 페이워치는 근로시간 1시간 당 1마일을 쌓을 수 있고, 1마일이 있어야 1만원을 선지급 받을 수 있다. 즉 일을 해야만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
페이워치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플랫폼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혹시나 고용주가 부도나 월급을 못받게 되더라도 소액체당금(체불임금을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받는 제도) 제도를 이용해 근로자와 엠마우스는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가게나 기업인 사업자에게는 근태관리시스템, 표준근로계약서 등을 무료로 제공해 플랫폼 참여 인센티브를 준다. 최근엔 서울시와 함께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플랫폼에 탑재하고 짧은 시간 안에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엠마우스는 이 아이디어로 올해 9월 유엔자본개발기금(UNCDF) 주관 글로벌 핀테크 경진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내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스파크랩스, 미래에셋 등에서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엔 전자금융거래법상 결제대금 예치업 등록 없이 신청인이 고용주로부터 에스크로 계좌에 급여를 예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지정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시간제 근로자들을 위한 6%대 적금 상품도 준비 중에 있다. 최 대표는 "시간제 근로자나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1~2년 만기로 쌓는 적금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