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한국 배우자” 동방정책… 4차산업 시대 협력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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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 20:41
경기도 파주시의 한 하천에는 ‘말레이시아교’(橋)라는 길이 약 60m인 독특한 이름의 다리가 있다. 이 다리는 전후 복구 및 경제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던 1966년 말레이시아가 보내준 원조금으로 지어진 다리다. 1960년 처음 수교를 맺은 양국의 오랜 인연을 보여주는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말레이시아와의 인연은 다시 ‘다리’로 이어졌다. 1980년대 초 현대건설이 말레이시아 서북부의 페낭섬과 육지를 잇는 14.5㎞의 ‘페낭대교’ 공사를 수주·완공하면서 말레이시아에 관련 기술을 전수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발전 모델을 배우자는 ‘동방정책’을 채택, 1983년부터 2011년까지 3000여명의 말레이시아 공무원과 기술자가 한국에서 연수를 거쳤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은 삼성물산이 일본 건설회사와 함께 지은 것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건물이다. 또 바다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조호바루 등에는 2018년 기준 한국 관광객 62만명이 찾았다.
요란하진 않아도 묵묵하게 인연을 이어온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오랜 기간 제조업, 건설업, 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협력관계를 지속해온 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 한국과 일본을 국가발전 모델로 삼는 말레이시아 동방정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협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코트라에 따르면 국토가 한반도의 약 1.5배 크기인 말레이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팜오일과 고무, 목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원유 매장량은 40억배럴로 추정되고, 천연가스의 경우도 2조4000억㎥를 보유하고 있다. 팜오일의 경우 세계 생산 2위, 천연고무는 3위 주석은 10위 보유국이다.
인구는 약 3300만명으로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비교해 많지는 않다. 다만 인구 1000만명을 넘는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를 넘어 충분한 구매력을 갖춘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아세안 전체로 봐도 싱가포르, 브루나이 다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다.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중산층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말레이시아의 시장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다. 말레이시아는 육로를 통해 말레이반도 북쪽으로 태국, 남쪽으로 싱가포르를 인접하고 있으며 동말레이시아는 남쪽으로 인도네시아와 인접하는 등 아세안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반도가 서쪽으로 끼고 있는 믈라카해협은 과거부터 동·서양 교역의 허브였으며 현재도 전 세계 오일 수송량의 25% 이상이 통과하는 곳이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포트클랑 항구는 물동량 처리가 2017년 기준 세계 11위다. 말레이시아 기업이자 전 세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를 통한 항공 연결성도 우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