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일진 말레이 동박전쟁…양사 대표 회동에도 갈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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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9 22:27
최근 리튬이온배터리 등 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 사업을 두고 일진머티리얼즈와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의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작은 SK넥실리스가 일진 말레이시아 공장 바로 옆 부지에 생산기지를 둘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는 '대기업 갑질 논란'으로 확산해 정치권 인사들까지 "자국 기업간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 말레이시아 쿠칭시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빨강)과 SK넥실리스의 공장 부지(파랑). [일진머티리얼즈 제공]
19일 일진머티리얼즈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 대표는 지난 16일 SK넥실리스 대표를 찾아 "대기업이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는 UPI뉴스에 "당시 SK넥실리스 대표가 '현재는 여러 부지를 비교 검토 중으로 결론이 날 예정인데, 쿠칭에 가더라도 언론에서 얘기하는 인력 빼가기는 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며 "여전히 쿠칭시를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말레이시아 쿠칭시에 대기업이 똑같은 동박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상도덕에 크게 어긋나며 기술을 탈취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쿠칭시를 벗어난 말레이시아 다른 지역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가 쿠칭시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곳에 거주하는 인력을 빼내온 후 손익분기점을 빨리 넘어서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일진머티리얼 측은 주장했다. 동박 공장의 경우 온도와 습도, 기후변화에 워낙 민감해 엔지니어의 기술력이 공장 성패의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며 성공한 해외 공장의 노하우를 빨리 알아내 수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SK넥실리스의 전신인 LG금속은 1996년 일진머티리얼즈 공장에서 25분 떨어진 전북 정읍에 동박 공장을 준공해 머티리얼즈의 핵심 엔지니어 15명을 빼간 전력이 있다.
SKC는 UPI뉴스에 "경쟁사 옆 부지는 큰 하천이 흐르고 있고 전봇대도 여럿 있어 공장 부지로는 활용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지 정부로부터 다른 대체부지를 제안받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일진머티리얼 해외 공장 옆에 SKC가 공장을 지으면 자국 기업 간 분쟁으로 인한 소모전과 기술유출 우려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