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흔들리는 해외…버팀목은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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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09:53
현대건설의 3분기 성적표가 시장 기대치에 비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사업장에서 공기 지연과 셧다운(shut down)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중 해외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향후 해외사업에서 추가 부실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내 주택사업이 든든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건설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 4조424억원, 영업이익 13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은 기대치(1720억원)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증권가에서는 불가피한 사유였다고 하더라도 가이던스 달성률이 낮은 것은 현대건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현대건설의 수익성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해외사업에서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소 사업장의 미청구공사액 1155억원 중 499억원을 판관리 대손에 반영했다.
미르파 사업장은 2014년 7월 계약해 2017년 완공했지만 부지인도를 늦게 받은 것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발주처와 현대건설이 3년이 넘도록 비용협상을 벌인 곳이다. 이 과정에서 미청구공사뿐만 아니라 공사미수금 954억원도 잡혔다.
주목할 점은 이번 비용협상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주요한 이슈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인구가 530만명에 불과한 UAE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3만3000명에 사망자가 1278명이나 발생했다.
가뜩이나 저유가로 국가 재정이 부실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엎친데 덮인 격이 됐다. 이 같은 국가 재정 부실은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정부기관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이번 미르파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정부기관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최대한 깎거나 지급시기를 최대한 미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라며 "이는 대부분의 중동 국가가 마찬가지 상황으로 향후 국내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의 미르파 사업장에 남아있는 미청구공사액 656억원도 결국 대손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감안하면 2021년 하반기나 돼야 현대건설의 매출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