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국수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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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0 17:24
20년간 비행기 조종키를 잡아오다 코로나 사태로 실직한 말레이시아의 한 파일럿이 기장 유니폼을 입고 노점을 운영해 이목을 끌고 있다.
6일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직 파일럿 아즈린 모하맛 자와위(44)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달 해고 통보를 받은 뒤 지난달 23일 슬랑오르주 수방자야의 붐타운에 락사와 카레국수 등을 파는 노점을 냈다.
그의 장모가 주방을 맡고, 아즈린과 아내, 처남이 서빙을 맡았다. 아즈린은 기장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 입은 채 서빙을 했고, 그의 모습을 신기하게 여긴 손님들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입소문을 타면서 그의 노점에는 ‘캡틴(captain·기장) 코너’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즈린은 2000년부터 말레이시아항공의 조종사로 일하다 2007년 파이어플라이로 이직한 이후 라이온에어를 거쳐 2015년부터 말린도항공 조종사로 근무했다. 말린도항공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올해 3월 전 직원을 상대로 50% 임금삭감과 무급휴가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 들어 정리해고를 진행했다. 아즈린은 "말린도항공은 운영 규모와 생존 비용을 줄여야했고, 나는 불행히도 해고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며 "코로나는 모든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즈린의 목표는 코로나 대유행이 끝난 뒤 파일럿으로 다시 복직하고, 노점으로 시작한 ‘캡틴 코너’를 레스토랑으로 발전시키는 것. 그는 "비록 해고를 당했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에 비해 여전히 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며 "아내가 노점을 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내가 해고되기 딱 일주일 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캡틴 코너’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지만, 팬데믹(대유행)이 사그라들면 다시 (기장으로) 복귀하고 싶다"며 "요즘은 매일 일찍 일어나 장을 보고, 밤 10시에 노점을 닫고 집에 가면 바로 잠을 잔다. 이게 지금 내 인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