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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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10:34
2018년 실시된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가 이끄는 야권연합 희망연대(PH)가 압승했다. 1957년 독립 후 줄곧 집권해 온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이 처음으로 여당 자리를 내주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세계의 눈은 60년 만의 여야 교체보다 '개발독재자' 마하티르의 총리직 복귀에 더 쏠렸다. 무엇보다 15년 만에 권좌로 돌아오는 마하티르의 나이가 93세였다. 최고령 국가정상인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보다 한 살 더 많았다. 그의 고령을 집중 부각한 여당의 전략은 먹히지 않았다. ▼국가 지도자의 나이는 종종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다. 젊으면 미숙해서 불안하다는 꼬리표가 붙고, 나이가 많으면 건강과 판단 능력이 걱정된다는 식이다. 90대 나이에도 활동하는 현역은 노나제나리언(Nonagenarian)으로 불린다. 올해 97세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현직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칼럼을 통해 미중관계 등에 훈수를 두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92)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김일성 시대부터 활동해 온 현역이다. 미 금융가 겸 자선사업가 데이비드 록펠러(1915∼2017년)는 100세 현역인 센티네리언(Centenarian) 시대를 연 인물이다. 록펠러가의 3세대 '수장' 역할을 해 온 그는 예술 애호가로도 명성이 높았는데, 평생 모은 미술 작품이 2018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8억2,8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낙찰되면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8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공식 선언한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미 대통령에 취임하면 만 78세 61일로 취임식 기준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기록(70세 220일)도 갈아 치운다. 이제 지도자는 나이와 상관없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얼굴에 주름이 생겨도 마음은 청년이라고 했던가. 문득 내 '마음의 나이'는 몇 살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