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아시아 48개 은행 지속가능금융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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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16:14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국제자연보전기관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이하 WWF)은 한국 5개 상업은행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48개 은행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 성과를 분석한 2020년 SUSBA(Sustainable Banking Assessment, 뱅킹 부문 지속가능금융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SUSBA는 은행들이 경영 및 금융 활동을 함에 있어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요소를 은행의 전략과 의사 결정 절차에 얼마나 반영하는지, 이른바 ‘ESG 통합’ 성과를 다각적으로 평가한다.
WWF는 매년 발표하는 SUSBA를 통해 아시아 각국 은행들의 ESG 통합 성과를 진단하고 개선점을 제시함으로써, 은행들이 더욱 지속가능금융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네 번째로 시행된 SUSBA에는 기존 아세안 회원국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의 38개 은행과 함께, 한국의 5개 은행과 일본의 5개 은행이 처음 평가 대상으로 참여했다.
이번 SUSBA에 참여한 우리나라 은행은 국내 자산 규모 최대의 상업은행인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총 5곳이다.
WWF는 SUSBA를 통해 은행들의 목적(Purpose), 정책(Policy), 절차(Process), 임직원(People), 금융상품(Product), 포트폴리오(Portfolio) 등 6개 부문에서 ESG 요소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올해는 에너지, 팜오일 등 부문별 여신정책에 관한 세부 분석 결과도 함께 다뤘다.
WWF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총괄 키이스 리(Keith Lee) 박사는 “한국과 일본의 은행들은 동남아시아 내 기업금융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두 국가를 올해 SUSBA 평가에 포함함으로써 아시아 지역 은행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속화되기를 바란다”며 두 국가 은행들을 새로운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아세안과 ‘비슷’ 일본보다 ‘낮음’
WWF는 올해 SUSBA에 따르면 은행들이 금융 활동에 ‘환경’과 ‘사회’ 부문 고려 요소를 포함하는 노력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대비 전체 아세안 은행의 75% 이상이 성과를 개선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은행들이 획득한 점수는 아세안 은행들의 평균 수준이었으며, 일본 은행들은 평균 이상이었다. 반면, 조사 은행들이 기후변화나 자연 손실에 따른 리스크에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은행들은 여러 조사 항목 가운데 은행의 비전과 장기 전략의 지속가능성 부문을 어떤 방식으로 포함했는지 공개하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는 아세안 은행들의 평균 수준이었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5개의 한국 은행 중 4개 은행이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FI)의 ‘책임뱅킹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 서명 기관이라는 점이다.
5개 은행 모두 녹색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Green New Deal)’ 정책 이행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 활동의 ESG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 및 절차 공시에서는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SUSBA 결과 요약 도표 – 국가별 /자료제공=WWF
일본 은행들 기후 부문 ‘눈길’
일본 은행들은 기후 관련 부문에서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5개 은행은 모두 기후 관련 재무 공시 태스크포스(TCFD) 권고안에 맞추어 명백하게 공시했다.
금융상품 부문에서도 모든 은행이 전체 기준의 75% 이상을 달성하는 등 좋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은행이 녹색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모든 일본 은행과 3개의 한국 은행이 기후 관련 위기관리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아세안 지역의 은행들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24%가 기후 전략을 보유했다.
이를 통해 아세안 은행들이 기후 전략 부문에서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 은행들이 석탄 관련 금융지원의 축소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국민은행은 한국 은행으로는 최초로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5개 일본 은행도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이들 은행의 정책에는 특정 유형의 기술 또는 탄소 포집과 관련된 예외 규정이 포함돼 있다.
반면, 91%의 아세안 은행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속했다.
산림 벌채, 담수 리스크 ‘부족’
34%의 아세안 은행이 산림 벌채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모든 일본 은행과 1개의 한국은행이 산림 벌채 위험에 대해 인식했지만, 한국 및 일본 은행 중 어느 은행도 산림 벌채를 금지하겠다는 서약은 하지 않았다.
담수 리스크는 전 세계 4250억 달러에 상당하는 손실이 생길 수 있으나, 고객 대상으로 담수 위험 평가나 담수 스튜어드십(Water Stewardship) 이행을 요구하는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올해 SUSBA에 따르면, 2개 한국 은행과 4개 일본 은행을 포함한 35%의 은행들이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혹은 비즈니스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정량화된 목표를 설정했다.
WWF는 은행들이 이와 같은 지속가능한 목표를 달성할 때, 은행의 금융 활동이 가지는 긍정적인 영향이 보다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은행들이 포트폴리오에 탈탄소화를 위한 과학기반목표(SBT, Science Based Targets)를 수립한다면 더욱 전략적으로 목표 달성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