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결혼하고 싶다" 말기암 환자 행세해 기부금 챙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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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8 10:22
영국의 한 20대 여성이 거짓 암환자 행세로 기부금을 모았다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A씨는 약 1년 동안 SNS 등에 본인이 말기 암환자라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본인의 아버지도 암에 걸렸다며 동정을 샀죠. A씨는 죽기 전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했고 그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A씨의 친구들은 결혼식을 올려주고 싶은 마음에 '고펀드미(GO FUND ME)'라는 모금 페이지까지 개설해 기부금을 모금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돈만 1260만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A씨의 기구한 인생 역정은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A씨의 친구들이 그녀의 너무도 건강한 모습에 의심을 품었고 결국 거짓말이 모두 들통났습니다. A씨는 결혼식 당일 누구보다 활기차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다녔고 심지어 결혼식 하루 전에는 돌아가셨다는 아버지의 영상편지를 보며 웃음을 짓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 했습니다. 친구들은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A씨를 추궁했고 A씨는 거짓말을 시인했습니다.
거짓말로 기부금을 모은 A씨는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5개월형에 처해졌습니다.
◇"암 걸렸다" 거짓말 호소로 기부금 모금…사기죄
사람들을 기망해 기부금을 모은 행위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허위로 상대방을 속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종종 개인이 기부금을 모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희귀 난치질환 환자를 자처한 한 커뮤니티 회원은 월세 미납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며 동정심을 유발해 3일 동안 기부금 1000만원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거짓말은 한달도 되지 않아 들통이 났고 사과와 함께 기부받은 돈을 변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집 목표액이 1000만원 이상일 경우 한국에서는 개인, 단체를 불문하고 지자체장에 사용계획서를 제출, 등록해야 합니다. 아울러 모금이 종료된 뒤에는 사용금액과 사용처를 공개하고 기부자에 영수증을 교부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반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속임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 후 기부금품을 모집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기부금품법 16조)
애초 기부금 목표액은 1000만원 미만이었지만 실제 모인 기부금이 1000만원을 넘었을 경우에는 즉시 모집을 중단해야 하며 그 초과분을 기부자에게 반납해야 합니다.
모집자가 기부자들을 기망해 부당한 방식으로 기부금을 모집했을 경우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기부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데요.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경우 기부금품법이 적용돼 반환 명령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직접 소송을 통해서만 환불이 가능합니다.
◇개인 기부금 모금, 감시망은 허술
꼭 단체가 아니더라도 어려운 사정을 전하며 도와달라거나 뜻을 같이 하자는 의미에서 개인이 기부금을 모집하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개인 모금은 돈이 어떻게, 어디에 쓰이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영학은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12년간 12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습니다. 그러나 이영학은 구체적인 후원 액수는 물론 사용처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후 기부금 송금기록을 확인해봤더니 딸의 치료비로 쓰인 돈은 단 1억 6000만원에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차량을 구입하는 등 본인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 장자연씨 사건의 목격자로 증언자 보호를 위한 기부금을 모금했던 윤지오도 유사한 경우입니다. 윤지오는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고 개인 모금을 진행했고 그 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처럼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개인 모금은 소액의 경우 기부금품법 적용이 되지 않을뿐더러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이 모이더라도 부당 유용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허술한 관리 감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끝에 지난 6월에는 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은 △모집자가 모집된 기부금품을 사용할 때 그 정보를 홈페이지에 30일 이상 게시해야 하고 △모집자가 게시한 사항만으로 모집 현황과 사용명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 추가 장부 공개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등 기부 금품 모집 및 사용의 공개 의무를 강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