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추락시킬 4가지 신호

코스피 3000 추락시킬 4가지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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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등에 편승하는 탐욕과 폭락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주식시장의 두 얼굴이다.

코스피가 하루에 100포인트 이상 널뛰기를 하고 거래대금이 60조원을 돌파하며 미친 듯이 돈이 증시로 몰려드는 장면은 광기(狂氣)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현대차, 엘지전자 같은 초대형 주가 미국(애플) 캐나다(마그나) 회사와 합작(설)에 20~30% 폭등하는 건 지나치다.

한국은행 총재,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이 증시 과속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러다 혹 폭락이 오려나.

필자는 기자 생활을 한 이후 1987년 블랙먼데이(10월 22일)를 필두로 다섯 번의 증시 폭락을 목격했다.

가장 기이한 일은 블랙먼데이 때 아무런 이유 없이 하루에 22%가 대폭락한 사건이다.

당시 월가로 특별취재를 간 적이 있는데 요즘으로 치면 알고리즘 매매로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IMF 체제),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그리고 작년 3월 코로나19 엄습 등으로 한국 투자자들은 혼비백산했다.

2010년 유럽(PIIGS)부채 위기로 법석이 나기도 했었고.

이들 대폭락의 방아쇠를 당긴 총성은 언제나 뉴욕증시가 울렸다.

한국증시가 나홀로 붕괴한 것은 외채를 갚지 못해 IMF 관리에 들어갔을 때뿐이었다.

최근 주가 급등을 놓고 경제관료들이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는데 한국이 부도날 리 없고 간밤 뉴욕증시가 OK이면 내 주식도 OK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확률은 높다.



그러나 유동성 랠리라는 서울증시의 속도 자체는 무섭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끝나고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가불해 써먹는 것 같다.

작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2조7000억원(2019년은 9조3000억원)이었는데 지난 8일 거래대금은 무려 60조원이었다.

한 달 만에 주가가 30% 이상 폭등한 증시는 한국뿐이다. 9개월간으로 보면 작년 3월 19일 1457에서 3200을 넘나드니 100% 이상 올랐다.

그동안 기업 수익은 30%도 못 올랐다. 그러니까 "실물과 괴리가 있다"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위험론은 말이야 맞는다.

주가수익비율(PER)은 곧 15배에 도달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으로 산출하는 버핏지수로 보면 25% 과열이다.

이럴 때는 "주변 사람이 모두 미쳐갈 때 평범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천재"라는 나폴레옹의 명언이 떠오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데 정말 폭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최만연 블랙록 대표와 오현석 삼성증권, 이창목 NH증권, 김학균 신영증권,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에게 물어본즉 누구도 "급락 가능성이 있다"는 겁주는 답변은 하지 않았다.

한국 주식시장의 거울인 한국산업 편대가 커다란 전환기에 있으며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 호소력 있었다.

지금 산업계는 정보통신(IT), 전기차·배터리(2차전지), 바이오 헬스케어, 플랫폼, 게임 등으로 대전환하는 시기인데 한국 시가총액 10~20대 기업의 면면을 보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이 창출해 내는 부가가치와 신제조업의 발전 가능성을 증시가 반영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상당히 그럴듯한 해설이다.

그러나 상장사 순익은 2017년에 143조원, 작년 90조원으로 추정되며 2021년에는 13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나 여전히 4년 전 수준에 미달한 것을 보면 코스피 3000 돌파는 성적표로는 설명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미국 23, 중국 16인데 한국은 아직 15에도 미달한 수준으로 "계속 디스카운트 당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과열=주식가치 과대평가'의 뜻이다. 지난 8일 외국인이 1조6000억원 규모로 최대 매입한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바보라서 고평가된 주식을 쓸어담았겠는가.

주가 형성의 기본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수급이다.

돈이 얼마나 몰리느냐, 자금 동원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기초체력이다.

증시에 포진한 자금 규모는 고객예탁금 약 70조원, 단기자금(CMA) 약 70조원, 은행 적금을 깨서 들어오는 돈 월 6조원가량, 증권사가 공여하는 신용(信用) 약 20조원,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51조원 등이다. 총 200조원가량으로 투자금융협회는 추계했다.



증권가는 머니무브(money move)라는 용어를 입에 달고 산다.

작년부터 갑자기 돈과 개인투자자가 돈을 부동산, 은행 예금 등에서 증시로 대이동 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개인투자자는 대략 700만명으로 파악하는데 작년 한 해에 90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개인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실력이 크게 늘어 기관, 외국인의 힘을 능가한다는 보도가 매일 나온다.

또한 요즘 포모(FOMO·Fears Of Missing Out)란 용어가 신문에 안 비치면 하루가 지나갈 수 없는 것 같다.

모두들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네 나만 물먹는 것 아니냐는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이어 스톡 디바이드(stock divide·주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리는 빈부)란 말이 곧 유행할 것이다.

돈이 몰려오는 속도가 더 빠를 것 같다고들 증권사 쪽에서는 말한다.

작년이 1차 머니무브였다면 올해가 2차 머니무브라는 것이다. 서학개미의 평균 나이가 33세일 정도로 젊은 층의 러시다.

한국 가계의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등 실물 76% vs 금융 24%다. 주식은 17.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돼 있다.

금융자산은 4323조원, 부동산은 1경3000조원.

미국은 부동산이 45%를 넘지 않고 401k(미국 퇴직연금)를 비롯해 주식에 상당히 배분 비율이 높다.

증시 투자 인구가 많아야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과 기업 이익 증가로 인한 배당을 국민 다수가 향유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증시 인구 증가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고 최근 투자자금 러시(rush)도 좋게 봐줄 수 있다.


상황이 이처럼 변하니 주가지수가 과거 1000, 2000 고지를 넘던 순간은 금방 추락해버렸는데 3000 고지 돌파는 과거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취임과 블루웨이브(조지아주 선거로 상원 장악)까지 호재가 겹쳐 월가(Wall Street)마저 달궈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엔 다르다? 금융 분야의 구루(guru) 케네스 로고프, 로버트 실러(비이성적 과열)에게 물어보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풍선에 너무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가면 바늘 끝만 대도 펑!하고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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