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닮은 감기가 아시아 면역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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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18: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북반구의 겨울철을 맞아 다시 급증세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아시아 지역의 감염이 상대적으로 훨씬 덜한 이유가 뭘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감염자 수나 중증 정도가 유럽과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덜한 이유를 과학자들이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비록 최근 급증세 속에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루 2만명을 넘어서는 미국과 수만명에 이르는 유럽의 신규 확진자 수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아직 검증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다양한 이론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지역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브-2(SARS-CoV-2) 바이러스와 닮은 꼴인 코로나 감기 바이러스에 상당히 노출된 상태여서 비슷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8월 은퇴전까지 일본 보건후생성의 서열 1위 의사였던 스즈키 야스히로는 "동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감기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많은 이들이 이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충격이 덜하다는 이론이 있다"면서 "상당히 타당성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박사는 "비록 이를 통해 완벽한 면역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비슷한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면역을 갖게 됐다"면서 "그 결과 감염증으로 진전되지 않거나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으로 옮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생각을 뒷받침할 탄탄한 연구는 아직 진행된 것이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주장은 서구 과학자들의 연구에서 일부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서는 이들에게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면역체계가 사스-코브-2바이러스를 부분적으로 탐지해 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이같은 부분적인 면역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프랜시스 크릭연구소는 논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수집한 혈액 샘플들을 검사한 결과 많은 이들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이 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성인 20명 가운데 1명, 아동과 청소년의 약 절반에게서 이 항체가 검출됐다.
보스턴대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의료기록을 통해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이 확인된 이들의 경우 사스-코브-2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다른 이들에 비해 상태가 양호했다고 밝혔다.
임상진료저널(JCI)에 실린 보스턴대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병원에 입원해도 사망 확률이 약 70% 낮았다.
도쿄대 고등과학기술연구소에서 사스-코브-2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는 고다마 타츠히코 박사는 동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닮은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반복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감염이 사스-코브-2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초기 수집 데이터로 보면 일본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는 감염 된 뒤 초기 면역반응의 전형적인 징표인 'IgM'이라는 항체가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증상이 나타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IgG'라는 특정 항체가 생성됐다고 말했다.
고다마 박사는 이는 이들 환자들이 이미 사스-코브-2 같은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마스크착용·손씻기 등 아시아의 높은 방역준수가 배경
그러나 도교농공대의 바이러스 학자인 미즈타니 테츠야 교수는 중국이 전세계와 연결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초기 버전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시아에만 머물렀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미즈타니 교수는 "사스-코브-2가 그랬듯이 그런 바이러스들 역시 전세계에 신속히 전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구의 심각성에 비해 아시아 지역이 덜한 배경으로 높연 방역준수를 꼽았다.
서구에 비해 훨씬 더 강도 높게 지켜지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이 서구와 다른 팬데믹 강도를 불렀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유전자가 달라 차이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미국 연구팀에 따르면 동아시아인들의 유전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동아시아인들이 약 2만5000년 이전부터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싸워왔으며 이를 극복하는데 수천년이 걸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이론으로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이론도 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심각한 충격을 받을 위험이 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이 유전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경쟁에서 패해 멸종했지만 교배를 통해 유럽 인종에 일부 유전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호주·미국 연구팀 논문 공동저자인 애리조나대의 데이비드 에나드 교수는 유전자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비중에서도 마스크 등에 비해 크게 낮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유전자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비중은 아주 작고, 거의 무의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비해 코로나19를 차단하는데 훨씬 개연성이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