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RCEP 주도는 中 아닌 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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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6 09:39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서명하면서, 이제 관심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미국의 통상 전략에 모아진다.
RCEP은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공동체다. 중국은 RCEP 협정을 맺기 위해 지난 8년 간 협상을 진행했다. 이 협정에 포함되는 15개국은 세계 인구와 세계 총생산의 약 3분의 1 규모를 차지한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보다 더 크다.
RCEP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을 탈퇴하자 역내 국가들이 찾게 된 대안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RCEP을 무역 관계를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양자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다자 무역협정인 TPP에 다시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TPP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 간 진행 중인 FTA(자유무역협정)로 최초 미국이 주도했지만, 트럼프의 탈퇴 선언 이후 일본이 주도해 지난 2018년 포괄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으로 명칭을 바꿔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미국이 내년 상반기쯤 여기에 가입하면서, 세를 확산시킬 것으로 본다. 이재우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경제팀장은 “바이든 시대에 통상전략은 오바마정부처럼 TPP와 같은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블록형식이 될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 경쟁에서도 WTO를 비롯해 경제블록을 적극 활용하면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을 듣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관련해 "동시에 2명의 대통령이 있을 수는 없다"라며 "그는 (내년) 1월20일까지만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2020.11.11.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을 듣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관련해 "동시에 2명의 대통령이 있을 수는 없다"라며 "그는 (내년) 1월20일까지만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2020.11.11.
바이든 당선인이 CPTPP 가입을 추진하면서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할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RCEP는 CPTPP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만큼 양국 사이에 끼인 형국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바이든 당선인이 향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지속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국 견제를 위해 불가피하게 아시아 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고, 그 여파는 우리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시절처럼 우리나라의 CPTPP가입을 종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CPTPP 확대나 제2의 TPP 추진, 인도·태평양 확대 등 오바마 행정부 시절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 견제와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채택했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와 같은 정책을 추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12일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꺼낸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란 말도 오바마 정부 시절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썼던 표현이다.
정치권에선 이럴 경우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우리 입장에서 RCEP과 함께 CPTPP에도 가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이득이 되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일본·호주·뉴질랜드·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6개국은 RECP, CPTPP에 동시 가입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격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구상을 감안하면 RCEP에 이어 CPTTP에도 가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에 따라 움직여야한다”고 말했다.
靑 "RCEP는 CPTPP와 상호보완"
청와대가 15일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중국 주도로 이뤄진 게 아니고, 아세안 중심으로 추진된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등에서 이번 RCEP 서명을 미중 갈등과 연계하는 분석이 나오자, 이에 적극 해명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RCEP이 중국이 주도하는 협상인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이 있다"며 "RCEP은 중국 주도의 협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RCEP에 참여한 15개국 중 하나"라며 "협상 시작부터 타결까지 주도한 것은 아세안"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의 의제발언에서 "코로나의 도전과 보호 무역의 확산, 다자 체제의 위기 앞에서 젊고 역동적인 아세안이 중심이 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년간 의장국을 인도네시아가 맡았고 모든 면에서 '아세안 센트럴리티'(ASEAN centrality)가 원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PTPP와 RCEP은 서로 대결,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 국가 가운데 베트남, 싱가포르 등 4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는 RCEP에도 참여하고 CPTPP에도 참여한다"며 "어떻게 대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RCEP와 CPTPP) 모두 아태 지역의 다자 무역체제를 지향하고 있다"며 "미중 대결의 관점이 아니라 다자주의에 입각한 역내 자유무역 질서 확대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아세안 중심의 RCEP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에서 향후 우리나라에 CPTPP에 참여 요청을 할 경우 응할 의사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바이든 당선인은 아직 CPTPP에 참여 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 답변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CPTPP와 RCEP은 보완 관계에 있다"며 "필요하다고 느끼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결정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제23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처음 마주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게 각별하게 반가움을 표현한 데 대해 이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만 스가 총리를 환영한다고 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 정상들도 (스가 총리가) 처음 다자무대에 서는 자리인 만큼 인사를 했다"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모두 발언 첫 마디에서 참석 정상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의장국 정상의 이름을 적접 언급하며 존경의 뜻을 전달하는 통상적인 외교 관례를 뛰어넘은 이례적 표현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