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이제 그랩·고젝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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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9 17:35
국내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기업결합이 1년 만에 승인되고 조건으로 제시된 요기요 매각을 DH가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배민의 아시아 시장 공략은 속도를 내게 됐다. 이미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고 최근 일본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는 배민은 DH가 아시아 각국에 투자해 차린 사업을 기반으로 고젝, 그랩 등 동남아 시장의 강자와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9일 독일 DH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공지하며 그 일환으로 싱가포르에 합작 회사인 '우아DH아시아'가 설립된다고 밝혔다. 이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조인트벤처로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홍콩, 일본,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파키스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에서 DH의 브랜드인 '푸드판다' 운영을 맡게 될 예정이다. 한국, 베트남, 일본의 우아한형제들 사업도 우아DH아시아에서 총괄한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이사회 의장 겸 대표로 취임하고 푸드판다 아시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콥 안젤레와 현재 우아한형제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오세윤 부사장이 공동 CEO로 임명돼 각각 푸드판다와 우아한형제들 사업부를 맡게 되는 등 조직의 윤곽도 나왔다.
◆그랩, 고젝과 경쟁 = 우아DH아시아는 자체 배송, 공유주방, 아시아의 D마트를 포함한 퀵 커머스(생필품 즉시 배달 서비스) 등에서 우아한형제들과 DH의 기술 전문성 및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DH CEO는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의 합류는 우리에게 엄청난 경험을 가져다 주고 함께 아시아 전역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쟁 상대는 그랩, 우버이츠, 고젝 등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그랩과 고젝은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성장, 차량 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배달 영역까지 사업을 넓혀 시장에서의 입지가 견고하다. 그동안 빅데이터를 쌓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현지화된 기술력도 갖췄다. 모바일 결제, 택배, 자동차 수리 등 각종 생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시아 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 = 기존 강자가 있지만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아시아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그 만큼 성장 가능이 더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배민 측은 아시아 시장 인구가 많고 경제 성장률이 매우 높아 신산업이 자리 잡으면 크게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식문화와 오토바이 문화가 발달한 것도 배달 시장이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기업 결합을 계기로 앞으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고 국내에서 배민의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세계로 뻗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봉진 의장은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파트너십은 전체 생태계를 발전시킬 것이며 아시아의 배송 산업을 혁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